JJ's blog

[리브어보드] 호주/GBR 본문

세상을 통해 나를 알다

[리브어보드] 호주/GBR

Jayden_Ji 2018. 11. 11. 21:02

투어 둘째날, 가이드는 오늘 바다가 좋다며 조류는 없을거라 했고 그 날의 마지막 다이빙을 시작했다.



첫날 보지 못했던 상어 출현에 다들 토끼눈을 뜨고 몸짓 발짓으로 서로를 불렀다. 
1-2분간 우리 근처를 머물던 상어는 유유히 떠났다. 상어를 보는데 정신이 팔려 인지하지 못했을까, 흥분감에 모두들 비정상적인 조류의 흐름을 놓치고있었다. 

180bar로 시작해서 150bar가 되었을 즈음이라 15분 정도가 흘렀을까 절벽이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흐르는 걸 느꼈다. 200번이 넘게 다이빙을 해본 마스터 레벨 버디를 계속 쳐다봤고 눈이 마주쳤음에도 돌아가자는 사인을 보내지 않는다. 불안했지만 가만히 있는다. 마스터의 판단은 믿음직하다고 생각했으니까.

5분 정도가 더 지났을 때 버디도 너무 많이 흘러내려왔다는걸 느꼈는지 리턴 사인을 보낸다. 
끔찍한 시간의 시작이었다. 

조류가 너무 강해 100미터 달리기 하듯 핀을 아무리 차도 내 몸은 제자리이고 손을 허우적거리며 물을 잡아야 겨우 한걸음 정도 앞으로 나아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버디는 어디갔는지 모른채 눈빛만으로 서로에게 대화를 건낸다. 손은 물을 잡는데 사용하기에도 바쁘다. 많은 생각이 든다. GPS발신기 사용법을 떠올린다. 

죽도록 호흡이 가쁘다. 과호흡으로 머리는 깨질 것 같고 5분이 지났을까 10분이 지났을까 게이지는 50bar의 빨간 라인을 넘어선다. 버디가 보이지 않는다. 내 버디가 마스터라는 사실이 너무 고마웠다. 이기적이게도 버디 걱정없이 내 살길 찾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코너를 돌았는데 가이드의 흰색 핀이 보였다. '아, 살았다'. 여전히 100미터 달리기를 하며 가이드의 수신호를 본다. 벽을 잡고 안정정지 후 바로 올라가 구명 보트를 타면 된다고 한다. 가벼운 발차기만으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가이드를 보니 인어가 따로 없다. 


수면으로 올라가니 구명 보트 위에 반가운 얼굴들이 있다. 모두들 활짝 웃으며 저마다의 감정을 쏟아놓는다.  "Rock'n Roll!!"

그 날의 석양은 너무도 눈부셨다.. 





#liveaboard #spiritoffreedom #GBR #scubadive #rescue #201805

'세상을 통해 나를 알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노출  (0) 2016.10.27
태동  (0) 2016.10.27
눈꽃이 피었다  (0) 2016.02.28
2012년 폰카 결산  (0) 2016.01.13
[국민대학교/명원민속관]  (0) 2016.01.12
Comments